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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영어로 된 책 하나 처음으로 다 읽어보고는 자신감인지 뭔지 한동안 영어로된 책만 고집했습니다.  거기다가 논픽션만 주구장창 사다놓고는 한 번 읽을 때 두 세 페이지씩 아주 천천히 고전하면서 읽어왔지요.  최근 후배녀석의 독서열기에 영향을 받아 정말 정말 오랜만에 한글 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 읽으면서 스물스물 자연스럽게 페이지 넘어가는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아.. 이게 정말 책 읽는 기분이었구나 하는걸 새삼스럽게 느꼈지요.  뭐랄까.. 영어 책 읽을 때는 꾸준히 다가오는 급경사 등산을 하는 기분이라면, 한국어 책은 화창한 날, 드넓게 펼쳐진 평평한 오솔길을 잔잔한 바람 맞으며 걷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오랜만에 읽은 소설은 천명관 작가의 고래라는 작품입니다. 

마치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 앉아서 마을의 샤만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듯한, 또는 고대 그리스의 원형 극장에서 한 편의 비극 작품을 관람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기이한(혹은 기구한) 운명의 여성들의 일생을 풀어놓는 이 작품은 전형적인 문학의 형식을 무시한 채 전달되는 순수한 스토리텔링의 느낌은 본능적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곳곳의 거침없는 과장적인(그러나 태연한) 표현들이 팀버튼의 빅 피쉬(Big fish)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많더군요.(분명히 그 영화에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는 추측입니다. 아니면 말고..  천명관 작가는 원래 영화를 만드는 분이더군요.)  아주 구체적인 고통과 폭력의 묘사가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겠습니다.

[10점 만점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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