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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마일스톤

mnsng 2014. 12. 1. 13:50

오늘, 2014년 11월 30일은 우리 가족에게 역사적인 날이 되었습니다.

오후 세시경, 큐큐는 엄마에게 뜬금없이 물었습니다.

큐큐: "엄마, 솔직하게(truthfully) 대답해 주세요.  혹시 산타나 투쓰 페어리는 진짜로 엄마 아빠였어요?"

엄마: "........"

큐큐: "what????" 진짜요???   omg!!!!!


5학년 만 열살 때까지 별 의심없이 믿고 있었던 아이의 순수함이 한없이 귀엽기만 하네요. 

근데 생각해보면 저도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친구들에게 산타의 존재를 방어하느라 흥분했었다는..  아이스 바 흐를까봐 쓰레기통을 앞에 놓고 먹으면서 친구들과 논쟁하던 그 날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유아원 시절 산타로 분장한 선생님이 선물을 주러 집을 방문했는데 너무 늦게 오셔서 잠들었다가 비몽사몽에 산타를 만난 저는 그 경험이 절대적인 믿음의 근거가 되었었지요.

나중에 저녁 먹으면서 얘기할 때 물어보니 큐큐는 그 질문을 할 때 사실 큰 의심을 가지고 물어본 것도 아니었고, 엄마의 답이 정말 의외여서 놀랐다고 하네요.  다행히 엄마 아빠의 선의의 serial, annual 거짓말에 상처 받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엄마가 모아놓은(이빨 요정이 가져간 줄 알고 있던) 빠진 이빨들과 자기가 이빨 요정에게 쓴 편지들을 읽으며 낄낄대고 있네요.  그리고 자기도 자기 자식에게 산타 해 줄거라고..

올해 들어 연말이 가까와 오면서 아내와 저는 산타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나.. 왜 저녀석은 안믿는다는 친구들 얘기를 듣고도 물어보지도 않는가..  혹시 물어보면 솔직하게 대답하자고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큐큐의 질문이 아주 반가웠다고 합니다.  둘 다 속이 시원하네요.  올해부터는 선물 하나만이다~


큐큐 다섯 살 산타의 선물입니다.  뜬금없이 트로피가 받고 싶다고 편지를 써서 동네 트로피 샵을 겨우 찾아서 커스텀 제작했지요. 당시 YMCA에서 무용 할 때라 발레 피겨를 선택..   주인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이런 주문 많은가 보더라구요.  아주 태연하게 착착 제작을 해 줬다는..

요렇게 문구를 넣었었습니다.


몇년도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산타의 답장도 받았었죠.  금박 용지에 정성스럽게 만든 편지였는데 큐큐는 하나도 놀라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읽어보더라는..    

(아, 마지막 P.S.를 보니 큐큐가 한참 비틀즈에 빠져 있을 때였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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