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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보다 사막에서의 캠핑을 더 좋아하는 저는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립니다.  여름에는 화씨 100도가 넘는 살인적인 더위 때문에 사막으로 캠핑을 가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갈 곳 리스트를 훑어보다가 지난 미션 로드트립 때 돌아오면서 들릴까 고민했던 카리조 평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최근에 짚 랭글러를 구매한 후배네 가족과 함께 1박 2일 일정을 계획했습니다.

카리조 평원은 산 루이스 오비스포 카운티에 속하며 위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베이커스필드, 산 루이스 오비스포, 산타 바바라 사이에 있습니다.  246,812 에이커(약 1000 평방 km)에 달하는 평원으로 캘리포니아에 남아있는 최대의 초원지역입니다.  평야 자체가 주된 볼거리고 옛날 추마쉬 인디언들의 자취를 볼 수 있는 Painted Rock과 산 안드레아 단층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남가주 지진은 대부분 이 산 안드레아 단층을 따라서 일어나지요.

집에서는 거의 다섯시간이 되는 거리라 아침 일찍 출발했습니다.

엘에이를 지나..

5번을 타고 베이커스필드 정도까지 올라왔을 때 Buttonwillow라는 작은 동네에서 내려 기름을 채우고 58번 국도 서쪽방향으로 운전해 들어갑니다. 58번 후반부는 상당히 와인딩한 산길이네요.  차는 거의 찾아볼 수 없구요.  58번을 타고 가다가 7-mile road라는 곳에서 좌회전을 해서 7마일을 더가면(duh) 소다레이크 로드(soda lake road)에서 좌회전을 하면서 카리조 국립 기념물의 서쪽 입구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soda lake road는 카리조 평원 한가운데를 북서에서 남동으로 가로지르는 주된 도로입니다.  포스팅 맨 아래에 구글 어스 gps파일(klm 포맷)을 첨부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이동한 경로와 구경거리의 위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구경할 곳은 입구에 가까이 있는 Soda lake..

소다 레이크 오버룩(soda lake overlook)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언덕으로 걸어올라가면..

넓게 펼쳐진 소다레이크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한 때(약 3-4백만년 전) 이 지방이 울창한 삼림을 이루고 있을 때 호수였던 이 곳은 기후가 고온 건조해 지면서 물이 증발해서 높은 소금기와 미네랄을 함유한 마른 호수(dry lake)가 되었다고 합니다.  매년 겨울 우기에 비가 오면 20cm씩 고였다가 증발해 버립니다.  그래서 봄에는 철새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네요.

언덕에서 내려와 직접 소다레이크로 향합니다.

표면은 이렇습니다.

느낌은 꼭 물에 젖었다가 다시 마른 계란 판 같았습니다.  이런 소금기가 깊은 곳은 20cm까지 쌓인 곳도 있다고 합니다.


소다레이크를 떠나 아무도 없는 비지터 센터에서 점심을 해 먹고 Painted Rock을 향해 갑니다.  이 곳을 방문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합니다.  카리조 평원은 봄에 들꽃이 만개해서 사람이 가장 많이 올 시기인데 이 때가 지나면 아무도 없고, painted rock에 가려면 네 자리 코드가 필요한 게이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예약을 하면 네 자리 코드가 이메일로 배달됩니다.  예약은 사실 공짜인데 저렴한 웹사이트 수수료가 붙습니다. 

헹님아, 누나야 같이 가자~  저기 앞에 우뚝 솟아있는 돌덩어리가 바로 Painted Rock

바위를 돌아 뒤쪽으로 오니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맞아 표면이 앞쪽과는 아주 달라보입니다. 

한바퀴 빙 돌아오니 대반전..  바위가 입구처럼 열려있고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네요.  아이들은 흥분!

약 3~4000년전 인디언들이 그들의 종교적 의식을 위해 그린 그림들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 캘리포니아를 개척한 백인들의 낙서와 흔적들도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저 붉은색/검은색 그림이 바위벽을 뒤덮고 있었다고 하는데 풍화작용과 방문하는 사람들 때문에 많이 훼손되었다고 하네요.

바위 안쪽에서 평원을 바라보며 모두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적막..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비행기도 위로 안 지나다니나 봅니다.  몇천년 전 원주민들이 같은 곳에 앉아 있었겠구나.. 그들도 이 바위의 형상이 아름답거나 특별하게 보였기 때문에 이 곳에 이렇게 그림들을 그리고 의식을 치루었겠지요.  그때 사람들이나 우리나 같은 미적 감각을 공유하는 걸 보면, 아름다운 형상에 매료되는 것은 인간의 본능 속에 잠재되어 있나봅니다.


구글 맵 이미지입니다. 위에서 보면 이렇군요.

자, 이제 캠핑장으로 이동..

카리조 평원에는 두 군데의 캠핑장이 있습니다.  셀비 캠프그라운드와 KCL, 두 군데 다 무료이고 vault(푸세식) 화장실이 있습니다.  물도 없다고 들었는데 셀비 캠프장에는 물이 나오더군요.  저희보다 먼저 한 팀이 와 있었습니다.

평원을 향해 텐트를 치고..  

해가 지고 있습니다.  밤이 되어도 전혀 춥지 않은 날씨였습니다.   극심한 가뭄 때문에 캠프장에는 캠프파이어 금지령이 내려있습니다.  캠프파이어 없이도 뭐 저녁으로 불고기 잘 해 먹고 일찍 잠을 청했습니다.  저녁이 되니 한 팀이 더 와서 넓은 캠핑장에는 저희까지 세 팀이 밤을 보냈습니다.  워낙 넓어서 서로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음..


다음 날 아침, 토스트와 계란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 먹고 짐 싸는 중,  스바루 옆에 보이는 하얀 봉지는 쓰레기입니다.  여기서는 무조건 pack in, pack out 해야합니다.  관리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출발하기 직전에 아웃백 뷰티 샷 한 장..  가족보다 차 사진을 더 찍는다고 아내가 핀잔을..

soda lake road를 따라 남동쪽으로 내려가다 들린 Traver Ranch입니다.  1940년대에 트래버 가족이 소유했던 농장입니다.  밀이나 보리를 경작했다고 하네요.  그 당시 쓰던 농기구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옛날에도 이런 대형 기계화 농기구를 썼다는게 신기하네요.


평원을 떠나기 전 마지막 코스로 elkhorn plain을 들르기로 합니다.  짚을 산 후배에게 오프로드 경험을 위해서 준비하기도 한 코스죠.

오르락 내리락 쉬우면서 재밌는 운전이었습니다.(gps 경로가 있는 파일을 포스팅 아래에 첨부합니다.) 경사가 있지만 지상고(ground clearance)만 좀 높으면 이륜구동 차량도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단 비올때는 금물)

언덕 위에 올라서.. 봄에는 이 언덕들에 봄꽃이 핀다고 합니다.

카리조 평원을 떠납니다. 4월쯤 다시 한 번 와봐야겠습니다.  들꽃들과 초록색의 초원이 아주 다른 느낌을 줄 것 같습니다.  대신 사람들이 더 많아서 이번처럼 적막하고 고요한 느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동쪽 출구로 나와서 33번으로 내려가  Los Padres national forest를 통과해  Ojai(오하이)라는 마을에서 늦은 점심을 사먹고 산타 바바라로 내려가 101을 타고 집으로..

이번 여행에서 방문한 장소들과 경로가 포함된 구글 어스 파일입니다. 

carrizoPlain.kml


Taft와 Maricopa에서 주유소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병원은 베이커스필드까지는 가야되더군요.  허리케인 로드 정션이라고 써있는 곳에서 산을 넘어 Taft로 곧장 가는 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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