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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네번째 쿠키

mnsng 2014. 11. 4. 07:30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는 80년대에 우연한 계기로 월스트릿 투자 그룹 살로몬 브라더스에서 일을 하다 작가로 전향하여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썼습니다.  최근에 나온 브래드 핏 주연의 영화 머니볼(Moneyball)의 저자이고, 샌드라 불록이 주연한 블라인드 사이드(Blind Side)의 원작자이기도 합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해서 픽션 못지 않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탁월한 스토리텔러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그가 최근(2012년) 자신의 모교 프린스턴의 학부 졸업식 때 축사를 했는데요.  제목은 "행운의 쿠키를 먹지 마라"(Don't eat fortune's cookie)였습니다. (연설 전문)


연설의 한 줄로 요약하면,  "프린스턴을 나온 너희들, 운 좋은 줄 알아라.  다 네가 잘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운에게 돌려야 할 공로는 운에게 돌리고 겸손하라"

자신이 20대 초반에 말도 안되는 우연으로(어느 디너 파티에서 옆자리 앉은 사모님의 권유) 월스트릿 증권회사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 운좋은 경험이 없었으면 백만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거짓말장이의 포커게임(Liar's Poker)를 쓸 소재를 찾지 못했을거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특히나 프린스턴 같은 명문 대학을 나온 젊은 학생들에게 경고합니다.


무엇보다, 당신이 성공했다면, 동시에 도 좋았음을 인정하십시오. 그리고 행운에는 의무가 동반됩니다.  당신은 빚을 진거예요. 이렇게 해 준 당신의 신 뿐 아니라 불운한 사람들에게 빚을 진겁니다.

Above all, recognize that if you have had success, you have also had luck -- and with luck comes obligation. You owe a debt, and not just to your Gods. You owe a debt to the UNLUCKY.

여러분에게 지금 이 점을 강조하는 것은, 오늘 제 연설이 쉽게 잊혀질 것처럼, 당신이 억세게 운이 좋다는 사실 또한 너무 쉽게 잊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I make this point because -- along with this speech -- it is something that will be easy for you to forget.


그 다음 이 포인트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버클리 대학 심리학과에서 한 실험의 예를 듭니다.

임의로 학생들을 모아 남녀를 섞지 않고 3명씩 팀을 만들어 줍니다.(남자끼리 3명, 여자끼리 3명..)  그 다음 이 그룹을 한 방에 들어가게 하고 완전히 임의로 리더를 정해줍니다.  그다음 각 그룹에게 복잡한 도덕문제를 풀게 시키고나서 약 30분쯤 뒤에 네 개의 쿠키가 담긴 접시를 가져다 줍니다.  

3명이니 각각 하나씩 쿠키를 먹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압도적인 비율로 리더 역할을 하는 학생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네번째 쿠키를 집어 먹었습니다.  그냥 먹는 것도 아니고 아주 당당하게 쩝쩝대면서 말이죠.

이 리더는 특별한 임무를 맡은 것도 아니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30분 전에 그냥 선택받은거죠.


마이클 루이스는 이 실험이 월스트릿의 보너스와 CEO들의 천문학적인 연봉을, 그리고 다른 많은 행운아들의 행태를  어느정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이룬 성공에 이 정도는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sense of entitlement)한다는 거겠죠.  인간의 본성에는 자연스럽게 우연과 행운의 역할을 잊게 되어 있나봅니다.  인과관계의 인식이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인류에게 우연이라는 것은 불편한 진실, 잘 들어맞지 않는 퍼즐 조각일 수도 있겠지요.


나는 어느 그룹에 속해 있을까요?  행운 팀? 아니면 재수 꽝 팀?  누구나 봐도 인정할 수 있는 극단의 예를 빼고는 결국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일 수록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 긍정적이기 쉽고 더 어려운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기 쉽고, 불편함 없이 유복하게 자란 사람일 수록 남의 불행에 대한 공감이 더 여렵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비율을 보면 부자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자기 것의 더 많은 부분을 기부한다고 하네요.  

내가 조금이라도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리차드 루이스가 말한 점, 내가 이룬 것 중에 행운이 얼마나 작용했는지를 되새겨 보는 훈련과 자기 암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 존경할만한 지인들은 하나같이 자기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를 항상 밝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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