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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부모탓

mnsng 2014. 10. 24. 09:50

버릇 없는 아이, 말 안듣는 아이, 이기적인 아이, 욕심많은 아이..  눈에 거슬리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아이의 부모(특히 엄마)와 그 부모의 육아방식에 대해 성급한 단정을 내리곤 한다.  그리고 나아가서 그 아이가 크면 어떤 모습일거라는 예상과 그런 아이가 나중에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한숨을 푹 쉬면서 다시 한 번 그 부모에게 그 책임을 지운다.  나도 사실 많이 그랬고 주변에서도 그런 대화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아이를 직접 키워보니까 그런게 아니더라..  하는 이유는 솔직히 아니다.  남이 들으면 뭐라 하겠지만 큐큐는 내가 생각해도 쉽게 키운 아이다.(지금까지는..)  아내는 생각이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끔씩 둘이 서로 마주보고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인정하고 넘어가는 일이 종종 있다.  그것보다는아이들이 자라면서 얼마나 많이 달라지는지, 그리고 아이들 하나하나가 서로 얼마나 다른 성품을 타고 나는지에 대한 생각이 좀 더 깊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면서 나는 남의 아이의 미래와 그 부모 양육방식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려고 노력하고있다.

엄마가 어떤 특정한 양육 스타일을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이 전적으로 그 엄마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  그 부모와 자식의 다이나믹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아이의 성격이 지대하게 작용한다.  작용과 반작용, 그 작용이 항상 부모쪽에서 내려오는 것만이 아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는, 부모가 반작용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게다가, 모년 모월 몇시에 그 식당에서 본 아이와 그 엄마의 모습만 보고 그 아이의 미래를 단정짓고 그 엄마를 판단하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한 생각이면서 동시에 너무나 부당한 견해이다.  

물론 어떤 성격의 아이들이든지 부모로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덕목이 있다고 생각한다.(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건 일관성이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 부모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가능하면 남의 부모와 자식에 대한 판단을 세우려는 유혹이 올 때마다, 그런 견해를 옆 친구에게 비추고 싶을 때마다 마음을 바로 잡아야 한다.  

"너 어렸을 때 정말 대단했다." 오랜만에 뵙는 부모님 친구나 친척들로부터 종종 듣게 되는 이런 말들.  그 아이가 어렸을 때 그 어머니는 원치 않는 조언들을 얼마나 들어야 했을까.  사람들은 그 아이의 미래에 대해 필요없는 걱정을 얼마나 해 주었을까 생각해본다.  어떤 엄마는 혹시 그런 얘기를 듣고 자신이 나쁜 엄마인가 고민할 수도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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