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3년 10월 18일~19일 1박 2일로 다녀온 캠핑 후기입니다.  벼르던 사륜구동 차량을 구입한 후 첫 캠핑이라 필히 오프로드 경로를 준비해서 자동차에 모래먼지를 흠뻑 씌워주고 온 뿌듯한 캠핑이었습니다.

안자 보레고 사막 주립공원(Anza-Borrego Desert State Park)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주립공원이고 미국 전역에서는 두번째로 큽니다.  이름은 18세기 스페인 탐험가(혹은 침략자?) 후안 바티스타 드 안자의 이름과 이 지역 오아시스에 서식하는 큰뿔 산양(Bighorn sheep)의 스페인어인 보레고를 합한 것입니다.  기아에서 나오는 suv 모하비가 미국에서는 보레고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었는데(지금은 단종) 이 사막의 이름을 딴 것이라 합니다.  산타 페, 보레고(모하비), 투싼,  이것들이 다 미국 남서부 아리조나, 뉴 멕시코, 캘리포니아의 사막 지역들에서 이름을 가져왔네요.  (아리조나의 투싼, 캘리포니아의 모하비 사막과 안자 보레고 사막, 뉴 멕시코의 산타 페...)

지역적으로 콜로라도 사막에 속하는 이 곳은 웬만한 국립공원 못지 않은 장대함과 기이한 구경거리들을 제공합니다.  특히 오렌지 카운티에서 가까워서 약 2시간 반 정도면 도달할 수 있어 편리하지요.




공원에서 볼만한 구경거리가 표시되어 있는 pdf 지도 링크입니다.  이 지도를 기반하여 여행계획을 짰습니다.


캘리포니아 국도 76번을 타고 산길을 따라 열심히 가다보면 79번으로 바뀌면서 광활한 사막지형이 시작됩니다.

첫번째 행선지는 피시 크릭 워시(fish creek wash) 상에 있는 윈드 케이브(wind caves) 입니다.

78번 도로에서 스플릿 마운틴 로드로 들어가서 fish creek wash를 따라 들어가다보면 나옵니다.

워시(wash)는 사막에서 비가 올 때 생기는 물길인데 비가 오지 않게되면 말라서 쌓인 모래만 남아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 모래가 바닷가처럼 깊은 경우도 있어서 사륜구동 차량으로 진입할 것을 권합니다.  스페인어로 아로요(arroyo)라고 합니다.


피시 크릭 워시로 진입 중


동행한 선배 형의 랜드로버


가는 중에 차를 옆에 세워 놓고 점심식사 준비 중에 지층 탐사중인 큐큐


멀리 보이는 지형은 코끼리 무릎(elephant knees)이라는 곳입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바람 동굴을 보러 하이킹에 나섰습니다.  10월인데도 낮의 기온은 거의 90도에 가까운 무더위..  겨울에 가더라도 식수를 충분히 챙기세요.


피시 크릭 워시의 전경


30분쯤 헉헉대면서 올라갔더니 저멀리 보이는 바람 동굴들!!




여럿이 들어갈만한 동굴에 들어가 앉았더니 구멍을 통과하는 정말 시원한 바람에 지금까지 하이킹의 피로를 말끔히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하이킹을 끝내고 다시 피시 크릭 워시를 되돌아 나오던 중 기념 촬영.


보레고 스프링스 로드를 타고 캠프장으로 향합니다.  안자 보레고 주립공원의 북서쪽에는 보레고 스프링스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작은 모텔들도 꽤 있고 비지터 센터와 정말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보레고 팜 캐년(Borrego Palm Canyon) 캠프장이 있습니다.  캠프장에서 시작되는 하이킹 코스 보레고 팜 캐년 트레일(Borrego Palm Canyon Trail)이 가장 유명한 코스 중 하나인데, 왕복 3.25마일 정도의 거리에 트레일 마지막에 야자수 오아시스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종종 큰뿔 산양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저희는 시간상 다음에 하기로..)


선배형이 가져온 돼지목살 바베큐로 해 먹고나서, 제 더치 오븐 안에서는 디저트가 구워지는 중..  장작은 캠프장에서 살 수도 있고 보레고 스프링스 마을 주유소 같은 곳에서 살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준비해 온 볶음밥으로 채운 피망을 은박지에 싸서 숯불 속에 넣었더니 맛있게 요리가..


다음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 캠프장은 시설이 정말 잘 되어 있어서 수세식 화장실에 깨끗한 샤워시설까지 갖추어져 있습니다.


스마트폰도 아이패드도 없는 곳에서 아이들은 심심할까요?  장난감은 널려있지요.  아이들이 만든 설치미술(?)입니다.  물론 떠날 때는 돌도 제자리에 나무조각도 제자리에..  "Leave No Trace"



둘째 날 캠핑 짐을 다 챙기고 다음 구경거리로..  폰츠 워시입니다.  목적지는 폰츠 포인트(Fonts Point). 경치가 굉장하다는 소리만 듣고 아무런 기대 없이 찾아간 이 곳..

깊은 모래길을 약 15-20분 정도 달려왔습니다.  워시가 넓고 비교적 곧게 뻗어 있어서 시속 4~50마일 정도까지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먼지를 뒤로하며 달리는 기분이 상당히 짜릿합니다.



사진으로는 절대 전달되지 않는 감동이었습니다.  수백만년전 바다 속이었다는 이러한 지형을 배드랜드(badland)라고 하는데 그랜드 캐년이 감각을 먹먹하게 하는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면 여기는 좀 더 느끼기 적당한 스케일로 가까운 곳에서 탄성을 지르게 만드는 광경이었습니다.  특히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 차를 세우는 곳에서부터 약간 언덕을 걸어올라가야 하는데 언덕 위로 올라가면서 이 경치가 갑자기 한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보호 난간도 없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과 가시는 분들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 다음 행선지는 유명한 하이킹 코스 슬랏(The Slot)입니다.


79번 상에서 Buttes pass로 빠져서 들어가야 합니다.  찾기가 까다로우니 아래에 첨부한 gpx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도에 있는 슬랏입구까지 가면 차를 세울만한 공간이 있습니다.  여기에 차를 세우고 들어온 길을 등지고 아래로 급한 경사를 조심해서 내려가면 슬랏 하이킹이 시작됩니다.  1마일이 채 안되는 짧은 코스입니다.

파킹 랏에서 급경사를 내려가면 하이킹이 시작됩니다.


큐큐는 이런 모험스런 하이킹을 좋아합니다.  인디아나 존스 아주 좋아하십니다.  게다가 줄곧 그늘이라 시원해서 좋지요.


겨울에 잠깐 내리는 비 때문에 만들어진 좁은 협곡입니다. 수십만년이 걸렸겠지요.   곳에 따라서 과체중인 분은 지나가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좁은 곳들도 있습니다.   비가 예상되는 시기에는 절대 들어가서는 안됩니다.  조금만 비가 오더라도 플래시 플러드(flash flood)가 되어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물이 이 협곡을 채우게 됩니다.



약 1마일 걸어나오면 길이 넓어집니다.  안자 보레고의 슬랏 뿐 아니라 이런 형태의 좁은 협곡을 슬랏 캐년이라고 부릅니다.(slot canyon)


슬랏 하이킹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워낙 큰 곳이라 못본 곳이 많습니다.  2014년 1월에 한 번 더 다녀왔고 오는 2014년 11월에 또 가볼 생각입니다.  안자 보레고의 구경거리들 위치와 오프로드 경로를 구글 어스로 만든 kml파일을 첨부합니다. 다운받아서 구글 어스에서 열어보시거나, gpx로 변환하셔서 스마트폰으로 넣으실 수 있습니다.  윈드 케이브로 가는 하이킹 트랙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anzaBorrego.kml

계획에 도움이 된 하이킹 사이트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