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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아리조나 여행 이후로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아 야외활동을 전혀 못하고 있던차, 7월 독립기념일 연휴만큼은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다짐을 하고서 부랴부랴 캠핑 계획을 잡았습니다.  이번엔 오붓하게 우리 가족 세 명만 가기로 결정.  장소는 그전부터 아껴오던 빅 서(Big Sur) 근처에 있는 프리윗 리지 캠프그라운드(Prewitt Ridge Campground)입니다.  로스 파드레스 국립 삼림(Los Padres National Forest)에 속해있는 이 캠프장은 선착순에 부대 시설이 전혀 없는 원시적 캠프사이트(primitive campsite)입니다. 구글 검색을 해보면 이곳 경치가 얼마나 좋은지에 대한 블로그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단, 독립기념일 연휴라서 좋은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좀 있었습니다만 일단 출발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잘나온 사진들이 많아서 스압이 좀 있습니다 ^^;





오른쪽 아래(F)가 집, 5번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다 캘리포니아 루트 46번으로 갈아타 파소 로블레스(Paso Robles) 근처에서 군부대(Fort Hunter Liggett)를 지나가면 산으로 올라가는 나시미엔토-퍼거슨 로드(Nacimiento-Fergurson road)를 만나게 됩니다.  (이 군부대를 지나다보니 작년 봄에 미션 여행중 들렀던 산 안토니오 파두아 미션이 있는 곳이더군요.)




나시미엔토-퍼거슨 로드가 시작됩니다.  아주 한적하네요.


꼬불 꼬불 산길을 올라가다 사우스 코스트 리지 트레일(South coast ridge trail)를 만나면 좌회전 합니다.


사우스 코스트 리지 트레일은 보시다시피 비포장도로입니다.  험로라고 할 것 까지는 없고 승용차도 갈 수 있습니다.


조금 가다보니 갑자기 이런 경치가..  바다위에 깔린 구름밭..이라고 해야하나요.


30분 정도 비포장도로를 운전해 들어오면 프리윗 리지 캠프장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웬걸.. 역시 곳곳마다 이미 다 텐트가 쳐 있네요.  두 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평평하고 view가 좋은 곳들은 모두 텐트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OTL...


그래도 일단 내려서 경치 사진은 좀 찍고..  저 아래 파란 바다가 보이는 해안을 따라 캘리포니아 1번 도로가 있습니다.

아내의 격려에 실망한 마음을 가다듬고 좀 더 찾아보기로 합니다.  캠프장에서 연결되는 길을 따라 내려가 보았습니다.  중간중간에 빈 자리에 역시 텐트들이 많았습니다.  10분 가량 더 내려가다가.. 넓찍한 자리에 예전에 모닥불을 피웠던 자리가 보였습니다!


부랴부랴 차를 뒤로 대고..  텐트를 칩니다.  텐트를 치면서도 이거 too good to be true..아닌가? 하는 생각을..






이런 자리를 찾았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습니다.


절경입니다. 새로 산 Cabela's Outback Lodge Tent를 개시하니 기분이 더 좋네요.



캐노피를 설치하고 경치를 감상..  이번 캠핑은 주변 관광 프로그램 없이 한 군데서 푹 쉬기로 하고 왔습니다.


아내와 큐큐는 각자 독서 중.. 저는 엉덩이가 근질거려 언덕 아래로 좀 내려와 봤습니다.  다시 올라갈 때 엄청 힘들었네요, 헥헥.. 돌아가면 카디오 좀 해야지.  큐큐가 크면 하이킹 실력이 점점 더 늘텐데 제가 맞추려면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최근 바쁜 일이 생긴 아내의 충전 시간이기도 한 이번 주말, 이번 캠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준비/실행하기로 했습니다.  저의 쿠킹 스테이션입니다.  앉은 자리에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도록 셋팅을..


저녁 식사는 흰밥에..


된장찌게..  멸치 된장 국물을 집에서 내어와서 미리 썰어 온 야채를 넣으면 간단히 완성입니다.  아내와 큐큐 모두에게서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여기 저기 나무에 긁히면서 캠프사이트 찾느라 고생한 우리 아웃백이.. 핀스트라이프(pin stripe)가 또 늘었네요. 건조해서 화재 위험이 최고조라 로스 파드레스 국립 삼림에는 캠프파이어 금지령이 내렸습니다.  가져온 화목은 내리지도 않았네요.



밥먹고 산책..  빛이 정말 끝내줍니다.  대충 똑딱이 카메라로 눌러도 잘 나오네요.


조금 올라오니 이웃 사촌이 있었습니다.  총각 둘이 스바루 아웃백을 타고 와서 캠핑 중이네요.  

우리 자리를 지나가다 봤다고 무척 부러워 했다는..


큐큐가 키가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캠프장 오는 길에 Paso Robles라는 와인 마을을 지나오다가 로블레스가 뭔가 찾아보니 스페인어로 참나무(oak)라는 뜻이더군요.(파소는 pass(길)이라는 뜻)   그러고보니 군데 군데 참나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큐큐의 작품..


7월 7일은 우리 부부의 결혼15주년 기념일이기도 해서 이번 여행이 더 뜻깊네요.  앞으로 지금 산 것보다 두 배는 같이 더 살아야 한다.  맘 단디 먹어라..



캠프사이트로 돌아와서 적당히 석양이 시작되는 것을 보고 아내 몰래 준비한 세팅을 시작합니다.  요즘 바빠서 정신 없던 차라 기념일 계획도 없었거든요.  아내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어? 뭐하는거야?"


금새 감 잡은 큐큐도 들꽃 잎으로 테이블 장식을..


플라스틱 샴페인 잔(flute라고 하더군요.)과 모두 술을 못 마시는 관계로 준비한 사과 사이다.

즐비한 들풀과 꽃으로 장식을 좀 했습니다.


해피 15주년, 여보.




여름 해가 아주 늦게 져서 바로 자기로 합니다.  오늘은 보름달이라 별도 제대로 못 볼것 같아서요. 동물들이 올지도 모르니 쓰레기나 장비들을 차로 옮긴 후 씻고 텐트안에서 놀자.. 했는데 바로 잠들었습니다.  저녁이 되니 구름이 더 위로 올라와서 저 아래에 보이는 텐트들이 구름/안개에 묻히더군요.  


캘리포니아에 사시는 분들에게 Prewitt Ridge Campground를 강추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내려오면 약 네시간 반 정도, 저희 집에서는 여섯 시간, 엘에이에서는 약 다섯 시간 정도 걸릴 것 같네요.  물론 화장실 시설이 없는데서도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이어야겠지요.  연휴에는 항상 사람이 많은데 일반 주말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봄에 오면 초록색으로 또 다른 느낌일 듯 하네요.  친구들 데리고 한 번 더 오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파소 로블레스에서 캠프장까지 표시된 구글 어스 파일입니다.

prewittRidge.k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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