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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는 학부모들에게 일년 중에 무엇보다 소중해지는 시간은 바로 봄 방학이지요. 매년 초가 되면 이번 봄 방학에는 어디를 가나.. 고민하게 되는데 올해는 이것 저것 계획할 것들이 많아 거의 그냥 넘어갈 뻔 했습니다. 그러다 출발 2주 전에 부랴부랴 그동안 멀어서 주저하고 있던 아리조나 여행계획을 잡았습니다.
올해의 주된 목적지는 그랜드 캐년의 동쪽으로 연결된 마블 캐년(marble canyon)의 중간쯤에 있는 타타핫소 포인트(Tatahatso Point)입니다.
위 지도에서 빨간색 포인트가 바로 타타핫소 포인트입니다. 나바호 인디언 랜드 구역에 있어서 전혀 개발이 되어 있지 않고 아는 사람들도 많이 없습니다. 유투브에서 어떤 오프로드 여행가의 비디오를 보고 알게 된 장소이지요. 무엇보다 저를 가고 싶게 만든 점은 바로 캐년 벼랑끝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타타핫소 포인트까지는 집에서 10시간 거리(2시간의 오프로딩 포함), 거기까지 가서 하루 캠핑하고 오기에는 시간이 좀 아까워서 주변에 갈만한 곳을 찾다가 그동안 관심 있었던 세도나(Sedona, AZ)를 두번째 행선지로 잡았습니다.
왼쪽 아래 F 지점이 저희 집, 빅터빌을 지나 바스토우(Barstow)에서 Interstate 40번 east를 타고 아리조나로 가서 플래그스태프를 지나 89번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 타타핫소 포인트에서 캠핑 1박,다음 날 다시 나와서 89번을 타고 내려와 세도나의 Pine Flat Campground에서 캠핑 1박, 그 다음날 세도나 관광을 하고 인근 카튼우드(Cottonwood)라는 곳의 호텔에서 1박을 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돌아오는 길은 피닉스쪽으로 17번을 타고 내려가 10번을 타고 집으로 오는 길입니다.
이 계획에 동참한 선배형네 가족과 후배 가족, 총 세 가족 10명(어른 6, 아이 4)이 참가하기로 했고, 첫 날 운전이 아주 긴 관계로 금요일 퇴근 후 출발해서 캘리포니아와 아리조나 접경인 Needles, CA의 호텔에서 에서 하루밤을 보내기로 했습니다.(위 지도에서 중앙에 레이크 하바수라고 쓰여진 곳 근처)
플래그스태프에서 패스트푸드로 점심을 때우고 89번으로 올라가는 중, 아직 눈이 쌓여있는 험프리 봉(Humphreys peak)과 파란 하늘이 아주 멋졌습니다.
약 한 시간 반쯤 올라가면 인디언 루트 6110 입구를 만납니다. 이후로는 주유소나 인적은 전혀 없으니 올라오기 전 Cameron이라는 곳에서 필히 연료를 가득 채워야 합니다. (Cameron Trading Post라는 곳은 주유소 외에도 꽤 큰 기념품 가게와 호텔 및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아,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이 곳은 나바호 네이션(Navajo Nation) 구역이라 들어가고 캠핑을 하려면 꼭 사전에 퍼밋을 발급받아서 가야합니다. 캠핑은 일인당 24시간에 12불, 다음 웹사이트를 가시면 해당 나바호 네이션 지역에 따른 퍼밋 발급 정보를 찾을 수 있습니다.
http://navajonationparks.org/permits.htm
사이트에서는 최소 3-4주 전에 발급 요청을 서면으로 할 것을 권장합니다. 저는 2주전에 신청했기 때문에 전화로 문의하여 신청서에 이메일을 쓰면 스캔해서 빨리 발송해 주겠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신청서와 머니오더를 끊어서 보냈습니다. (평일에 도착하는 경우는 카메론 비지터 센터에 들러서 바로 퍼밋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약 27마일의 오프로딩을 해야 타타핫소 포인트로 갈 수 있습니다. 구글 어스에서 볼 때는 이렇게 갈색의 황무지로만 생각했으나..
봄이라 그런지 아직 초록색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평평한 땅 위에 끝없이 뻗은 길.. I have a good feeling about this..
Welcoming Crew가 나왔네요. 야생소인가 궁금했으나 아마도 방목하는 소들인 것 같습니다. 어떤 소들은 귀에 tag가 달려 있었습니다. 먼 길 지루해할까 걱정했던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압권은 바로 이 야생마들이었습니다. 벌판 곳곳에 무리지어 저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저희 차들이 지나가자 한 두 마리가 뛰기 시작했고, 나머지 무리들이 전부 함께 뛰기 시작했습니다. 저희화 함께 약 20여초를 달렸습니다. 일행 모두들 넋을 놓고 이 멋진 광경을 바라보았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달려오자 저 멀리에 협곡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타타핫소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27마일의 오프로딩 중 90%는 무난한 길인데 10%정도 경사가 급하거나 돌계단식으로 이루어진 길을 지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어프로치 앵글(approach angle: 앞바퀴와 앞 범퍼 아래부분을 잇는 선의 각도, 이게 너무 낮으면 턱이 높은 부분에 범퍼가 걸려서 올라가질 못합니다.)이 안나오거나 지상고(ground clearance)가 낮은 차는 무리일 듯 싶습니다. 4WD가 아무래도 나을 것 같습니다.
적당한 캠프사이트를 찾기 전 풍경에 매료되어 여기 저기 걸어다니면서 사진찍기를 시작했습니다.
경치 구경으로는 별로 감흥을 받지 못하는 나이의 아이들도 나름 놀라워 하는 듯 했습니다.
빨간 표시가 있는 뾰족한 벼랑 끝이 타타핫소 포인트, 저희는 초록색 마크에 텐트를 쳤습니다. 콜로라도 강과 저희가 있는 곳은 3000피트 이상 고도 차이가 납니다.
퍼밋만 있으면 아무곳에서나 캠핑을 할 수 있습니다. 당연 물/화장실 등 시설은 없습니다.
주변에는 저희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양 옆이 다 벼랑이지요.(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식사당번이 아니라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녔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하늘 저편이 누렇고 훤하게 변하길래 뭔가 했더니.. 월출이었습니다. 달이 이렇게 멋지게 뜨는 장면은 또 처음이네요.
마침 보름달이었습니다. 그래서 별은 볼 수 없었지만 달빛에 비친 계곡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일품이었습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옥수수로 밤참을 즐기다 자러 들어갔습니다.
89번 도로에서 타타핫소 포인트로 들어가는 오프로드 구글 어스 경로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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